손자병법 /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 아마존 웨이
The art of everything
최근 1-2년간 재미있게 읽은 책은 많지만 그 중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책은 손자병법이다. 세상에 나와있는 리더십에 대한 모든 출판물을 단 하나로 압축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손자병법과 마음 속으로 비교하게 된다.
이 리뷰에서는 리더십(또는 조직관리)에 대한 두 권의 책(Radical Candor, The Amazon Way)을 나란히 놓고 정리해보았다.
Intro
손자병법
병법에서 논하는 리더십에는 크게 세 주체가 있다. 군주와 장수, 그리고 사졸이다. 군주는 장수를 다스리고, 장수는 사졸을 다스린다.
모공편에서는 군주와 장수의 관계를 아래와 같이 말한다.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이를 견제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사졸에 대한 장수의 책임에 대하여 지형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사에는 도망하는 자, 해이한 자, 빠지는 자, 무너지는 자가 있으며, 흩어지는 자, 싸워서 패하여 도망치는 자가 있다. 무릇 이 여섯 가지는 하늘의 재앙이 아니라 장수의 과실이다.
병법은 장수를 위한 글이다. 장수는 군주를 섬긴다는 측면에서 중간관리자이지만, 전장에서는 최고결정자가 된다. 그 관점을 반영한 구절은 Amazon의 리더십 원칙과 좋은 비교가 되는 지점이라 아래에서 자세히 풀어보았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군주 - 장수의 관계나 장수 - 사졸의 관계 모두 현대의 직장생활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대의 가치가 다르고, 조직의 목표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텍스트에서 배울 수 있는 근본적인 메시지들이 분명 있다.
Radical Candor |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Radical Candor를 국내 출간본(실리콘밸리의 팀장들)으로 접했을 때에는 전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와 '팀장' 둘 다 나와 관련이 있지도, 흥미가 가지도 않는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꾸준히 여러 곳에서 추천하는 글을 계기로 결국 이 책을 읽으며 시종일관 했던 생각은 '킴 스콧(저자)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였다. 행간에서도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관점을 리더십이라는 다소 불편한 다이나믹에 어떻게 적용할 지 설득력있게 풀어냈다.
서두에서 저자는 자신의 멘토와의 대화를 공유했다. 자신의 역할이 'emotional babysitter'냐고 묻자 멘토가 '이건 babysitting이 아니라 management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일갈했다. 이 대목에서 모종의 희열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직장생활의 어떤 맥락에서도 '아이 - 양육자'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흔히 제품을 PM의 '자식'이라고 빗대어 표현하는 것도 그렇다. 많은 고민을 들여서 만든 제품일수록 개발 과정은 무언가를 손상 없이 발굴하는 절차에 가깝다고 느낀다. 제품은 우리 팀이 다같이 미래에서 발굴해 온 유물이고, 팀은 양육공동체보다는 탐사대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상사-부하의 관계나 시니어-주니어의 관계 또한 조직의 맥락 안에서 정의되고 발전해야 한다. Radical Candor는 그 이유와 사례를 구체적으로 가이드하는 텍스트다.
The Amazon Way | 아마존 웨이
Amazon Leadership Principle에 대한 언급을 직접적으로 몇 번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읽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는 책이다.
첫째로는 Amazon으로 이직한 전 직장동료가 'Technical 면접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은데 Amazon Leadership Principle을 잘 녹여서 답변해야 하는 인터뷰가 여러 차례 있다'고 말했을 때였다. 내 경험으로는 신입 공채 면접을 볼 때나 회사의 핵심가치 같은 것들을 얼추 익혀서 준비했던적이 있다. 임직원들도 잘 모를 단어를 어수룩하게 인용하는 게 낯간지러운 일이라 한두번 시도해 보고 폐기한 방식이고, 그래도 당락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그런데 아마존만큼 큰 규모의 회사가 실제로 채용 과정에서 그런 방식을 적용하다니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로는 지금의 매니저로부터 'Disagree and commit'이라는 원칙을 자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Disagreement를 표현하는 것에는 대체로 주저함이 없지만, '동의하지 않음에도 commit하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실제로 이 슬로건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어느 선까지 적용하는지 궁금했다.
Amazon의 업무 문화에 대해 책을 쓰거나 팟캐스트를 하는 ex-Amazonian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프 베조스에 대한 일화들이 꽤나 인상적이다. ex-Amazonian들의 출간/출연 이유 중에 <점잖은 방식으로 베조스에 대해 폭로하기>가 포함되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azon의 리더십 원칙이 나름의 유명세를 탈 만큼 흥행한 배경이 무엇인지 많은 고찰을 하게 된다. 경영인 개인의 특성이나 관점이 조직 전체에 전파되었을 때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 듯하다.
Review
1. 상과 벌, 칭찬과 비판
칭찬을 할 때는 누가 무엇을 했고, 왜 뛰어난지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살펴봐야 한다. 비판을 할 때 만큼이나 구체적이고 철저해야 한다. <Radical Candor>
Radical Candor에서 제시한 유명한 사분면 도표가 있다.
책 속에서는 상사의 태도(사고방식)이나 접근법(표현방식)이 조금만 어긋나도 위 그래프의 바람직하지 않은 사분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 자신과 주변인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이 지독한 솔직함이 쌍방이 되려면 우선 상향피드백에서의 솔직함을 먼저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서로 솔직해지자'라고 하면서 상사가 먼저 뼈아픈 피드백을 쏟아내면 직원들은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지독한 솔직함에 인접한 파괴적 공감은 매니저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우 흔히 빠지는 함정이라고 킴 스콧은 말한다. 실제로는 마음을 사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악역이 되고싶지 않아서 긴 말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불쾌한 공격은 누구나 아주 흔하게 접해보았을 것 같다. 반대로, 누구나 쉽게 하기 쉬운 실수다. 또는 상대의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 많은 매니저들(e.g. 스티브 잡스)이 의도적으로 취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라포를 형성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낼 환경을 조성하는 것(그 의견이 때로는 상처가 될 지라도), 하지만 그 냉철한 의견이 인신공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선을 잘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에 팀워크의 성패가 달려있다.
손자병법에서는 비슷한 문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사졸이 아직 친근하게 따르지도 않는데 벌을 내리면 복종하려 하지 않는다. 복종하지 않으려 하면 통솔하기 어렵다. 사졸이 이미 친근하게 따르는 데도 벌 주지 않으면 통솔하기가 어렵다. <손자병법>
2. 배움과 경청의 자세
총명한 군주나 뛰어난 장수가 적을 이기고 남다른 승리를 거두는 것은 미리 적정을 살펴 그에 대한 대책과 전략이 서 있기 때문이다. 미리 적정을 아는 것은 신비로운 방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일에서 미루어 짐작하여 되는 것도 아니며, 일정한 법칙에 의거하여 미루어 증험되는 것도 아니다. 적군의 정확한 정세를 적군에게서 얻거나, 정세를 상세히 알고 있는 자에게서 얻을 수 있다. <손자병법>
미지의 ‘재능’에 도취되거나 과거의 성공 경험에 매몰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가설 속 이론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셀 수 없이 많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사용자에 대한 리서치가 소홀해지는 순간이 온다. 디테일에 신경쓰느라 바빠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서, 또는 그저 시간이 부족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이미 충분하다’고 자만한 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해도, 사용자 리서치에서는 항상 새로운 배움이 있다. 그 배움을 놓친다면 사용자의 마음을 얻을(win) 수 없다.
Learn and be curious 리더의 배움은 끝이 없고 항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뛰어들어야 한다. <The Amazon Way>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진심으로 공감하는 이야기이고, '더이상 궁금한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동기를 찾기가 어려워짐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더든 리더가 아니든, 어떤 대상에 대해 오랜 기간 꾸준히 맹목적인 호기심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감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Amazon의 리더들은 어떻게 끈질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까? 또다른 리더십 원칙인 'Invent and simplify'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호기심이 그저 머릿속에만 있다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호기심을 실천(exercise)할 수 있어야 더 확장되고, 파생되고, 재생산될 수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 호기심을 갖기를 장려하는 조직에서 새로운 시도 또한 장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3. 주관의 중요성
길에도 지나가지 못할 곳이 있고, 적군이라도 치지 말아야 할 경우이 있으며, 적의 성이라도 공격하지 말아야 할 곳이 있고, 땅도 다투지 말아야 할 곳이 있으며, 군주의 명령이라도 받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손자병법>
권한 위임은 조직의 영원한 숙제다. 전장에 있는 장수는, 최소한 전투가 일어나는 동안에는 전적인 권한을 갖는다. 전쟁의 목적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 각 전투를 어떻게 운영할 지도 장수의 권한이다. 거리와 통신의 단절이 그 권한을 더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일각을 다투는 전쟁터에서 장수는 군주의 명령을 기다릴 수도, 철 지난 명령을 무작정 이행할 수도 없다. 지식과 경험으로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그 주관을 적용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그 주관은 좋은 주관이어야 한다. 좋은 주관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일생에 걸쳐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Have backbone - disagree and commit 리더는 의사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때 정중하게 이의를 제기할 의무가 있다. 불편하고 피로한 과정일지라도. 리더는 신념이 있고 끈질기다. 사회적 유대를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완전히 전념한다. <The Amazon Way>
Amazon에서는 말한다. 반대 의견을 꼭 제기하라고. 의구심과 반론을 대충 덮어둔 상태로는 전념할 수 없다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방식은 모든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은 답하고, 당장답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에 대해 같이 답을 찾아보고, 덜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지에 대해 모두가 이해한다면, 개인의 직관과 호불호를 잠재울 만큼의 최소한의 설득은 가능하다. 그럼에도 매 상황마다 개인의 commitment level 편차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많은 조직에서는 위의 과정을 이행할 수 있는 통계적으로 충분한 기간을 사전에 할당한다. 그러나 그 기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조직마다, 팀마다 많이 다른 듯하다.
Carr: 제프 (베조스)의 사고방식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 창의성, 스케일, 타임라인 측면에서 아마존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논의를 거친 후에도 나는(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핵심에 집중한다. 왜 이 방식을 주장하는 지, 그 생각의 핵심에. 내 매니저로부터 받은 유용한 조언은, '그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현 가능한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이 방법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방향성에 어떤 무언가가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갖는 자세를 말하고 싶다. 마지못해 억지로 끌고가는 사람들은 (아마존에서) 커리어적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사회자: 일단 동의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그게 맞는지 틀린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나가라는 뜻이군요. Carr: 설령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생각하는 (어떤 아이디어가) 가져올 수 있는 큰 이득과, 생각의 방향성(thinking vector)의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
Outro
리뷰를 쓰기 위해 메모했던 구절들을 다시 읽어보니, 세 책에서 말하는 내용 모두 각각의 관점에서 일관되고 합리적이라고 느꼈다. 다 다르지만, 다 말이 된다. 공명하는 지점도 있고 대립하는 지점도 있다.
Leadership Principle은 조직 내의 여러 갈등이나 모험을 포장하는 수단의 기능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 있다가도 다른 생각을 갖고 집으로 돌아간다. '저 사람은 그냥 나랑 맞지 않아'라던가 '이건 말도 안되는 전략이야'라던가 '좋은 게 좋은 건데 괜히 찬 물을 끼얹었나?' 같은 생각들.
그런 생각의 파편을 'Invent and scale 관점에서 접근하자' 라거나 '이 사람은 Disagree and commit을 실천했다' 라고 한겹 감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Radical Candor에서 킴 스콧이 비판적 피드백을 할 때 문제상황을 개인의 영역으로 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바로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보조재가 된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의외로 병법보다 Amazon Leadership Principle이 더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는 끊임없이 말한다. 정말 해야 하는 싸움인지 계산하고 또 계산하라고. 모든 조건을 따져서 이미 이긴 상태에서 싸움을 시작하라고.
전쟁터에서는 Bias for action을 적용하지 않는다. 행동은 곧 생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지니스에서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casualty가 (거의) 없다. 그래서 더 쉽게 행동하고, 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Trivia
손자병법의 구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부분은 아마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일 것이다. '백전무패'라고도 자주 말한다.
실제 전해지는 텍스트에서는 백전불태(百戰不殆), '위태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긴다고도 안 했고, 지지 않는다고도 안했다. 열린 결말이다. 왜냐하면 전투에는 적과 나를 아는 것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 외에 다른 경우의 수도 제시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모든 싸움에서 위태하지 아니하다. 知彼知己百戰不殆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모든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롭다. 不知彼不知己每戰必殆
이 삼종 세트를 같이 알면 뜻이 더 잘 와닿는다. 무엇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바로 앞 구절에 나오는데, 궁금하면 꼭 책을 찾아 읽어보길 추천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이 대목이 손자병법 전문을 통틀어 진다(負)는 표현이 나오는 얼마 안 되는 구절이라는 것이다. 미신적인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로 패라는 글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신적 이유라 해도 이해가 된다. 한 사람의 인지나 역량을 넘어서는 과업을 계속 짊어지고 가다 보면 초월적인 힘에 기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Reference
손자병법
손무 지음 황병국 옮김 / 범우사
ISBN: 9788908060401
Radical Candor: Be a Kick-Ass Boss Without Losing Your Humanity
Kim Scott
ISBN: 9781250103529
국내 출간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The Amazon Way: Amazon's 14 Leadership Principles
John Rossman
ISBN: 9781734979169
국내 출판명: 아마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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