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종언 /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
노화하는 사회와 개인
급속하고 보편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해 집단적으로 등장하는 고연령층 노인들은 사실 이전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종의 '신세대'이며, 이는 인구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장경섭, <내일의 종언>
몇 년 전 어느 북카페에서 생각없이 재테크 책을 집어들었다. 금융이나 경제와 전혀 친하지 않은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재테크 도서였다.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억에 남는 대목은 있었다. 보험의 종류를 설명하며 '건강보험은 질병의 위험, 화재보험은 재해의 위험, 연금보험은 장수의 위험으로부터 가입자를 보호하는 상품이다' 라고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맞는 말이라서 더 그랬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우리를 설레게도 하고 지치게도 하니까.
장수가 비극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40년, 50년 후 사회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1. 노화하는 사회, <내일의 종언(終焉)? : 가족자유주의와 사회재생산 위기>
첫번째 책(이하 '내일의 종언')은, 저자가 몇 편의 논문을 통해 다룬 한국의 가족자유주의와 그로 인한 사회 위기에 대한 고찰을 엮어낸 결과물이다.
가족주의와 자유주의는 익숙한 용어지만 '가족자유주의(Familial liberalism)'는 낯설다. 한국의 가족자유주의에 대해 <내일의 종언>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동아시아 후발 자본주의 사회들은 제도적으로는 불완전하나마 중유럽의 보수주의 모형을,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자유주의 모형을 따라 사회재생산을 관리해왔으며, 이념적으로는 각자의 토착적 가족이념을 적극적으로 접목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p.12)
개인주의 서구 사회와 대비해 한국은 흔히 가족주의 사회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유교사상 등 전통 · 이념체계의 현대적 계승이나 수용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현실생활을 규정하는 갖가지 국가 · 사회적 제도, 정책, 관행, 법률 속 시민들의 가족중심성이나 지향성을 유도하는 가족자유주의의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p.106)
국가는 구두선으로서의 복지국가를 내세우지만, 실제 사회보장 제공에 있어서는 가족의 우선적 책임성을 내세워 이미 가족 내 부양 실패에 따른 물질 · 정신적 고통을 겪고있는 시민들에게 행정적 수치심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p.109)
이 중 흥미로운 것은 '제도, 정책, 관행, 법률 속 가족중심성을 유도하는 효과'에 대한 예시이다. 국민연금제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육아휴직, 조부모 양육수당,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는 명시적으로 정의하지 않지만 맥락상 표준적 가족 형태를 가정한다. 법률혼 관계의 부부에게 자식이 있고, 그 자녀는 부모를 부양하는 모습이다. 그 틀에 맞추기 위해 가족은 과중한 책임을 감내해야 하고, 틀에서 벗어난 형태의 가족과 개인은 제도적으로 소외된다.
특히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기초'적 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수급(희망)자는 신의 직계가족이 모두 부양 능력이 없거나 포기하였음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수급권자의 가족에게는 '부양의 의무를 다하는 데 실패했다'는 판결이기도 하다. 행정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이러한 가족자유주의적 사회제도 속에서, 가족은 어떤 위기를 맞이하고 있을까.
한국인들에게 가족관계는 가족자유주의 정치경제와 사회정책 체제에서 야기되는 매우 복잡한 조합의 사회적 위험들을 전달하는 통로가 됐거나 될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에 직면한 한국인들은 가족관계의 유효한 범위, 강도, 기간을 조심스럽게, 더러는 절박하게 조절 · 관리함으로써 대응해 왔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듯, 가족 중심의 경제체제에서는 가족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낮은 출생률, 만혼, 가족 살해 후 자살, 노인빈곤 등의 사회 문제는 가족 단위의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일어나 사회현상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인은 특히나 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념적으로 가족주의를 가장 충실하게 수용해 온 이들 세대는, 제도화된 가족자유주의 사회에서 취약계층이 되었다.
제 2부의 제5장 노인의 무(無)개인주의 개인화에서 이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룬다. 저자는 '무개인주의 개인화'라는 제목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노년 세대는 이념적 개인주의가 부재함에도 상황적으로 개인화된 삶을 살게 되었음을 조명하며 노년층이 당면한 문제를 바라본다.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노인, 즉 독거 및 부부가구 노인들은 2014년 기준으로 32.7%가 자녀의 결혼, 20.6%가 자녀의 타 지역 거주를 자녀와의 비동거 이유로 들었다. ...중략... 이처럼 노인들의 자녀와의 비동거가 대부분 본인의 희망과는 무관하다는 점은, 이들이 경제적 불안감(25.8%), 아플 때 간호 문제(25.6%), 심리적 불안과 고독(11.7%) 등의 어려움을 표출하고 있는 사실과 맞물린다.
자녀 비동거 노인들이 표출하는 어려움은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은 예외 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는 모두 (높은 확률로) 노인이 되며, (높은 확률로) 독거 및 부부가구의 형태로 살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에 살면서, 노인의 문제를 제3자의 시선으로 볼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전 세계에 걸친 급속하고 보편적인 인구 고령화로 인해 집단적으로 등장하는 고연령층 노인들은 사실 이전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종의 '신세대'이며, 이는 인구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고연령층 노인이라는 '신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최근 들어 더욱 복잡해졌다. 세계 각국에서 선거는 세대갈등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 세대는 젊은 세대의 기회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담론도 자주 들린다. 하지만 투표권을 행사할 때 타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그 요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투표권이 시민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권리라고 배웠고, 나이가 들었다 해서 그 생각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나는 그렇다.
사회재생산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노인들이 집단적이고 급속하게 연장되는 노년기를 사회 · 문화 · 경제적 발전이나 혁신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청·중년 (기존) 생산연령층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에 삶에 관한 사회재생산의 조건과 과정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국가와 사회의 전폭적 지원과 협력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p.122)
이 책을 읽으며 노년기의 삶에 '어떤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화두임을 새삼 실감했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조명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꼭 먼 미래까지 상상하지 않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이라 여긴 가족의 문제를 가족자유주의의 맥락에서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 노화하는 개인, <The Alzheimer's Solution>
그리고 이 책에는 아주 유용한 섹션이 하나 있다. NEURO plan 실천에 도움을 줄 레시피가 여러 개 나온다.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하느라 귀리현미렌틸밥의 늪에 빠진 기분이 들 때 시도하면 좋을 법한 메뉴가 많다.
치매에 대한 사실들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들이 임상경험 및 연구를 토대로 소개한 내용이나, 각 전문가의 견해는 다를 수 있음.
알츠하이머 케이스의 90%는 예방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90%는 발병 자체를 예방할 수 있으며, 높은 유전적 리스크를 가진 10%의 사람들 또한 예방관리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사망 원인 3위로 추정되는 질환이다. (미국 기준)
알츠하이머가 진행되며 생기는 복합적인 증상(운동기능 상실, 연하곤란 등)이 장기화되며 사망에 이르는 경우, 사망 원인이 '알츠하이머'로 기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의 의료적 기술 및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가장 정확한 진단은 사후 부검을 통해 이루어진다.
유전이 전부가 아니다.
유전인자 외에 알츠하이머 발병률에 기여하는 요인은 나이와 생활습관, 동반질환 등 다양하다.
다른 만성질환처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뇌의 특성상 알아챌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통상적으로 10년 이상의 잠복기가 선행된다.
알츠하이머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는 20여 종류가 넘지만, 확정적인('이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유전자는 없다.
Single Molecule Research에 대한 문제의식
저자들은 책 전반에 걸쳐 만성질환에 대한 약학적(pharmacological) 접근의 한계를 지적한다. 현대의학에서 치료제 개발 방식은 급성 질환, 특히 급성 감염성 질환에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진행되는 만성질환의 경우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축적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이다. 현재 NIH에서 진행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연구의 대부분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자체를 타겟으로 한다. 저자들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축적 외에도 병행되는 많은 병리(염증, 산화, 혈당 및 지질 대사 이상 등)를 언급하며 이 접근법에 대한 회의를 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전공 수업을 들을 때가 생각났다. 개론서에는"생명체는 nonlinear system이다!" 라고 거의 세뇌하듯이 반복하는데, 실제로 바이오엔지니어링의 많은 분야는 생명현상을 선형적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선형적으로 모델링하는 것에 주력한다. 선형대수학에 재능이 없던 것도 한 몫 했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사실 이론적 세계를 벗어나면 다 마찬가지다. 아무리 확실한 증거라도 한두가지 사실밖에 증명하지 못한다. 수많은 증거와 사실을 엮어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의할 부분은, 약을 쓰지 말자거나 쓸모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절히 처방해야 한다. 만성질환의 치료에 대한 전문가 집단과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이다.
NEURO 플랜
Nutrition | 영양
식물 위주의 식단.
생선이나 계란은 주 1회, 육류(가금류 포함)은 배제하거나 월 1회 정도로 제한하는 것을 권한다.
정제탄수화물이 아닌 복합탄수화물 섭취.
단순당, 튀긴 음식, 육류 섭취 제한.
Exercise | 운동
하루에 30분 이상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력을 성장시키는 운동.
2시간 이상 앉아있지 않도록 주의(스탠딩 데스크 사용 등).
Unwind | 긴장 이완
스트레스 관리
명상, 산책, 음악 듣기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 상황, 조건을 최소화하기
Restoring sleep | 회복 수면
6-8시간 가량의 일정한 수면
주중에 적게 자고 주말에 보충한다거나, 낮잠을 자는 것이 아닌 매일 매일의 숙면 루틴 형성.
Optimize | 두뇌 최적화
뇌를 자극하는 새로운 배움
사회적 상호작용과 결합되었을 때 더 효과적: 여럿이서 카드놀이 하기 > 혼자서 스도쿠 하기
권장활동
외국어 배우기, 악기 연주하기, 프로그래밍, 글쓰기, 노래, 춤 등
NEURO plan은 함께 소개되는 환자 사례에서 강한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들은 병원에 찾아온 환자의 성향과 조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안한다.
저녁에 tv를 보는 게 낙인 과체중 환자에게는 tv를 보며 할 수 있는 좌식 실내자전거 운동을, 활동적인 전역군인에게는 명상 대신 산책루틴을 처방한다. 외출을 거부하는 환자가 사실은 청력 저하로 인해 대화에 소극적인 것을 파악하고, 청력보조기구를 맞춘 후 다시 교회에 나가도록 권한다.
생활습관을 처방하는 것은 약 처방보다 환자와 의사 양측의 노력이 배가 되는 방식임은 분명하다. 이 사례들을 통해 나는 처방의 효과만큼이나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글감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The Alzheimer's S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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