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회고하기
Future-forward Retro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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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번 잃었던 길의 걸음을 기억해서 다음에도 길을 잃는 버릇이 있습니다 박준 <눈을 감고>
조직에 합류한 직후에는 문서를 읽는 데 대부분의시간을 할애한다. 서술된 정보는 구술된 정보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화록을 글로 옮기는 단순한 작업에서도 고유한 개성이 드러난다. 지금 속한 조직에서 누적된 회의록, 특히나 회고록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재밌어서 이전 회고를 타고 타서 계속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회고 그 자체가 목적인 시간이 새로웠다.
이전에 경험한 조직들에서는 집단적인 업무 회고의 빈도가 굉장히 낮았고, '회고'의 형태를 갖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연말에 성과평가 시즌이 되면 다같이 야근을 하면서 일년간의 업무를 재구성해서 내러티브를 부여하는 것에 집중했다(그것도 그대로의 의미는 있다).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성과 평가나 연봉협상을 할 때, 또는 구직할 시기가 되어서야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했더라’ 하고 돌아보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회고하면 업무의 결과와 과정에 대해 스스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회고는 환원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상황은 빈도가 낮으며, 평가의 과정과 내용을 온전히 공유받기도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업무 외적인 목적을 위한 회고는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일하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다시 들여다보았을 때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기가 어렵다. 출력용 파일로 저장된 문서를 편집기에서 바로 열 수 없듯이.
회고를 진행하면서 장점을 많이 발견했다. 우선, 가감없이 솔직한 소회를 공유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꼈다. 보편적으로 회고를 진행하는 포맷인 '잘 진행된 점' '개선이 필요한 점'을 개요로 잡아 업무를 하면서 느낀 보람과 재미, 그리고 어려움을 보다 개인적인 시점으로 털어놓고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회고를 듣다보면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고, 한창 프로젝트를 밀고나가던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멤버들의 고충을 알고 반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저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할 책임을 느꼈다. 그래서 한 명씩 돌아가며 회고를 공유할 때, 그에 대한 답변을 하듯이 내가 이야기하는 시간도 늘어갔다. 그러다보면 다른 멤버들도 대화에 참여하고,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회고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팀에 멤버가 늘어날수록 회고 일정을 잡는 것도 부담이 됐다. 진행방식의 문제점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돌아가며 회고를 공유하는 긴 회의가 마치 노래방에 여러명이 앉아서 한명씩 나와 노래를 부르는 시간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탬버린을 치거나 자기 노래를 찾거나 휴대폰을 보는 시간. 기왕이면 판을 깐 김에 다같이 일어나서 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식의 회고 포맷을 찾던 중, 이번에도 Tanzu Labs에서 공유한 애자일 프랙티스 중 가 눈에 들어왔다. 제시된 방식을 100% 따라가지는 않았고, 아래와 같이 활용했다.
위의 방식으로 노션 데이터베이스에 회고 내용을 축적하면, 양이 많아져도 복기가 수월하다.
이 방식으로 처음 회고를 한 날에는 to-do 리스트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그동안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임에도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은 부채가 눈앞에 가시화되어 드러난 것 같았다. 물론, To-do가 많이 나오는 게 안좋은 신호인 것도, 적게 나오는 게 좋은 신호인 것도 아니다.
회고를 통해 도출된 To-do list는 가급적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직후에 대응하면서, 이후 스프린트 진행 중에 틈이 나는대로 팔로우업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 다음 회고가 돌아왔을 때 첫 순서로 지난 회고의 To-do를 리뷰하면서 얼마나 개선에 반영했는지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회고의 주기는 팀마다 다를 것 같다. 매주 회고하기를 권장하는 가이드가 많다. 현재 나의 팀은 스프린트나 배포 주기에 따라 3-4주 간격으로 하고있다. 더 자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지만, 왜 그렇게 권장하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자일 프랙티스 중에 회고가 가장 도입하기 쉽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부담도 적다고 느꼈다. 일정 주기를 두고 다른 방식의 회고를 돌아가며 시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 방식의 회고가 효용을 다했다는 판단이 들면 새로운 레퍼런스를 찾거나 직접 고안해보아도 재밌을 것 같다.